무용지물 제 5 인터내셔널 주창자들

노동자권력 그룹이 트로츠키주의의 가면을 벗어 던지다

 

2003년 5월 혁명적코민테른동맹(League for a Revolutionary Communist International, LRCI)은 앞으로 자신을 "제5인터내셔널동맹(League for a Fifth International, L5I)으로 불러달라고 선언했다. 이 그룹의 본부인 영국 지부의 신문 [노동자 권력]은 이것을 "새롭고 대담한 조치"로 환영했다. 또한 이 신문은 가상의 "제 5 인터내셔널"이 수행한 "자본주의에 대한 중단 없는 투쟁"을 기이하게도 자화자찬했다.

노동자권력 그룹은 서방 제국주의와 소련을 모두 반대한 제 3 진영 노선의 국제사회주의자들 그룹에서 1970년대 중반에 떨어져 나왔다. 토니 클리프가 창시한 국제사회주의자들 그룹은 현재 영국에서 사회주의노동자당으로 존재하고 있다. 1980년대 초 노동자권력 그룹은 좌로 비척거리는 와중에 국가자본주의론을 거부하고 명목적으로는 소련 방어 노선을 수용했다. 그러나 부전자전 격으로 이 조직은 클리프의 조직과 똑같이 대중의 정서에 기회주의적으로 영합하는 버릇은 버리지 못하였다. 말로는 반혁명에 대항하여 퇴보한 노동자국가와 기형적 노동자국가를 방어한다고 하면서도 이 조직은 중요한 역사적 고비마다 일관되게 자본주의 복귀 세력의 편을 들었다. 여기에는 1981년 폴란드 연대노조의 보웬사와 1991년 러시아의 옐친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이 조직의 행적들을 문서로 모두 남겨놓았다. 1995년 나토군의 폭격기들이 당시 인기가 없던 보스니아의 세르비아인들을 공격하자, 노동자권력 그룹은 비타협적 반(反)제국주의 노선을 중립 입장과 결합시켰다([1917] 제 17호를 보시오).

이 조직이 자신의 이름을 바꾼 이유는 다른 데에 있지 않다. 레닌주의/트로츠키주의 전통에 적대적인 "세계화 반대" 운동의 자유주의 및 무정부주의 청년들을 자기 조직에 끌어들이기 위해 이 조치를 취한 것이 명백하다. 이전에 이 중도주의 조직은 이렇게 주장했었다:

"우리 조직은 혁명적 공산주의 조직이다. 우리의 강령적 문서인 트로츠키주의 선언문과 일상 정책은 맑스, 엥겔스, 레닌, 트로츠키, 제 3 인터내셔널의 첫 4차 국제대회의 혁명적 문서들, 제 4 인터내셔널의 이행 강령 등에 기초한다."---"우리의 입장", 혁명적코민테른동맹 웹페이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 조직은 이렇게 주장했다:

"현재 맑스주의를 혁명적으로 적용한 이론은 하나 뿐이며 이 이론의 적들과 지지자들에게 트로츠키주의로 알려져 있다."---"트로츠키: 입문서", 혁명적코민테른동맹 웹페이지

지금 노동자권력 그룹은 이 이론에 기초하고 있다고 더 이상 주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1989년에 이 조직이 제출한 혼란스러운 중도주의 문서인 [트로츠키주의 선언문]을 [세계혁명을 위한 선언문]으로 대체했다. 이 새로운 문서에 "트로츠키주의"는 "현재 규모가 가장 큰 중도주의 조직들이 유래한 진원지"로만 언급되어 있다. 제5인터내셔널동맹의 새 선언문은 혁명 좌익의 역사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아는 바 없다는 식이다. 그리고 몇몇 애매한 힌트들을 제외하면 혁명적 코민테른이나 트로츠키의 제 4 인터내셔널 전통에 기반하고 있다는 주장도 하지 않는다. 대신 노동자권력 그룹은 노동계급 전부를 포괄하는 당 건설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노동계급 전부를 포괄하는 당조직론을 통해 맑스주의자들은 제 1 인터내셔널과 제 2 인터내셔널을 성공적으로 건설했다. 공동전선의 융통성, 맑스주의 국제주의, 혁명원칙 옹호와 맑스주의 강령의 더 많은 요소들을 쟁취하기 위한 꾸준한 투쟁 등을 전부 결합하는 이 접근방식은 지금 새로운 인터내셔널 건설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노동자 권력], 2003년 1월

사민주의 제 2 인터내셔널이 "맑스주의 국제주의"와 "혁명 원칙"의 모범이었다는 주장은 "제 5 인터내셔널" 주창자들의 조야한 기회주의를 확연히 보여주고 있다. "세계화 반대" 운동의 무정부주의 및 자유주의 편견에 영합하여 노동자권력 그룹은 세계사회포럼(WSF)의 잠재적 "혁명역량"을 발견했다. 세계사회포럼은 제 3 세계주의자, 노동조합 관료, 비정부기구 사기꾼들이 인민전선을 구성하여 급조한 조직이다. 이 조직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환상을 유포하는데 헌신하고 있다.

"세계사회포럼이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에 대한 투쟁을 지도할 수 있는 국제 운동 즉 사회주의 혁명을 위한 새로운 세계정당이 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혁명적 맑스주의자들은 공개적으로 말한다.

100년 전 맑스주의 세력은 제 2 인터내셔널이라고 알려진 운동이 탄생했던 투쟁의 상승기에 지금과 비슷한 도전들에 직면했다. 이 운동이 1889년에 창립된 방식에는 우리가 배워야할 교훈들이 많이 있다...."---[노동자 권력], 2003년 1월

이 조직이 설정하고 있는 세계정당은 카우츠키, 베른슈타인, 힌드먼 등의 제 2 인터내셔널을 모델로 하고 있다:

"정치투쟁, 노동조합 투쟁, 선거투쟁, 대규모 선동과 선전 등이 모든 곳에서 대중운동을 노동계급 정당으로 결집시킬 수 있다는 것을 제 2 인터내셔널이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했다."---[노동자 권력], 2003년 5월

맑스주의자, 중도주의자, 개량주의자 등은 모두 하나의 정당에 속해야한다고 제 2 인터내셔널의 지도적 이론가 카우츠키가 주장했다. 노동운동 내부에 퍼져있는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의 영향력은 노동계급 외부에서 온 것이다. 최근에 노동계급 속으로 편입된 농민과 소부르주아 계층이 노동계급에 완전히 동화되는 정도에 비례하여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의 영향력은 감소할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노동자들이 단일 정당으로 조직되면 노동계급의 점증하는 사회적 비중은 사회주의 지지의 증대로 귀결할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그의 정식 "하나의 계급은 하나의 정당으로"는 노동자권력 그룹의 새 전략을 집약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사회포럼"과 "유럽사회포럼"을 지배하고 있는 노동조합 관료, 사민주의자, 스탈린주의자 등은 명백히 친자본주의 노선을 가지고 있다. 더 혁명적이 되겠다고 개량주의자들이 단순히 맹세하게 만드는 것을 통해 이 문제를 우회할 것을 노동자권력 그룹은 제안한다:

"자본가들과 연합하여 또는 이들을 대신하여 통치하지 않고 이들을 타도하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유럽사회포럼의 정당들은 선언해야한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유럽사회포럼과 세계사회포럼을 민주적 포럼과 행동의 조직자 뿐 아니라 새로운 세계정당 즉 제 5 인터내셔널이 되도록 단결시킬 수 있다. 이 운동의 목적은 세계자본의 지배를 끝장내고 인류 대다수의 지배를 확립하는 것이다."---[노동자 권력], 2003년 10월

트로츠키와 레닌은 노동계급 전부를 포괄하는 정당의 모델을 명백히 거부했다. 왜냐하면 이들은 개량주의 노동관료층이 노동운동 내부의 자본가 하수인이라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들은 사회주의가 반(半)자동적인 역사 "과정"을 통해 성취될 수 있다는 카우츠키의 견해를 거부했다. 레닌과 트로츠키가 지도한 제 3 (공산주의) 인터내셔널은 이렇게 주장했다: 사회주의 승리의 전제조건은 가장 선진적인 노동자들을 자본의 하수인인 개량주의자들과 분리시키고 이들에게 적대적이며 규율에 입각한 혁명 전위당으로 조직하는 것이다. 룩셈부르크, 레닌, 트로츠키 그리고 혁명적 코민테른의 기타 지도자들이 유추한 교훈은 이것이었다: 개량주의자들과 중도주의자들을 포괄하는 노동자 정당은 착취자들의 지배에 진지한 위협을 가할 능력이 애초부터 없기 때문에 제 2 인터내셔널이 1914년 8월에 사회애국주의로 추락한 것은 불가피했다.

노동자권력 그룹은 제 2 인터내셔널을 극구 선전하면서도 가끔 볼세비키 전통을 긍정적으로 언급한다. 이들은 이를 통해 혼란만 부추길 뿐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자신들의 오랜 역사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이 조직의 2003년 10월 기관지는 "연속혁명으로 나아가는 경로"라는 제목의 중동 관련 글을 실으면서 신식민지의 트로츠키주의 전략을 대체로 승인했다. 2003년 7월/8월 기관지는 한술 더 떠서 레닌의 분파가 멘세비키들과 분립한 1903년의 유명한 사건을 명백히 지지했다:

"1917년 대혁명은 1903년의 조직 분립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멘세비키들은 혁명적 노동자들에 대항하여 자유주의자들과 정부를 구성했다; 볼세비키들은 노동계급의 혁명적 다수를 권력장악으로 지도했다.

이렇게 하여 100년 전 볼세비키주의의 탄생은 오늘날 모든 혁명가들이 축하해야할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개량과 혁명의 필연적 분립을 시작했다. 볼세비키주의에 등을 돌린 채 1903년과 1917년의 분열은 이미 한물 간 이야기이고 현재와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모든 자는 21세기의 대혁명에 멘세비키가 되겠다고 경고하는 셈이다."---[노동자 권력]. 2003년 7월/8월

이 그룹의 지도부는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하면서 동시에 개량주의 제 2 인터내셔널을 오늘날 혁명가들이 따라야할 모범으로 권유하고 있다. 이것은 이들의 노골적인 냉소주의와 진지하지 못함을 드러내고 있다.

 

특별한 종류의 수렁을 조성하기

트로츠키주의자라는 명찰을 떼는 것이 세계화 반대 시위자들을 더 가까이 끌어들일 수 있는 똑똑한 "전술"이다. 노동자권력 그룹의 지도자들은 이렇게 상상했음에 틀림없다. 파블로와 만델의 후손들도 같은 생각을 해왔다. 2003년 2월에 열린 제 15차 세계대회에서 제 4 인터내셔널 통합서기국(USec)도 세계화 반대 운동이 조성한 새로우며 정치적으로 잡다한 인터내셔널에 본격적으로 합류할 전망을 논의했다:

"이 새로운 인터내셔널 또는 최소한 이것의 건설을 위한 첫 단계는 현재의 운동과 동력에서 나올 것이다. 이것은 이전의 인터내셔널들과 다를 것이고 혁명적 맑스주의 정당들에 기초한 인터내셔널은 확실히 아닐 것이다. 이것은 현재 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자본주의의 세계적 폭압에 대한 대대적인 '자발적' 대응일 것이며 이것의 기초는 국제주의와 직감적인 반(反)자본주의이다. 또한 모든 관점으로부터 거리를 어느 정도 두고 있는 대단한 다양성일 것이다.---[국제적 관점], 2003년 5월

통합서기국의 파블로주의자들은 이 조직에서는 자신의 견해를 "강요"하지 않겠다고 미리 맹세하고 있다:

"우리의 목적은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국제 운동 내부에서 이미 감지되고 있는 분열의 선에 따라 정치조직을 강요하기 위해 단기적인 정치적 조직적 공격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다. 이와 반대로 우리는 특별한 종류의 전투적 운동으로 이 운동을 건설하고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각기 다른 차원들에서 이 운동의 모든 가능성들을 실현해야한다.---같은 글

노동자권력 그룹의 모태 조직인 영국의 사회주의노동자당 역시 잡다한 모든 노선을 포괄하는 세계화 반대 잡탕 조직의 수립을 열성적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회주의노동자당의 주요 선전가 캘리니코스는 이런 조직을 위해 [반(反)자본주의 선언문]을 작성하기까지 했다. 노동자권력 그룹이 가설적으로 설정한 제 5 인터내셔널 역시 모든 경향들을 포괄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 그룹은 캘리니코스의 선언문을 "기회주의 선언문"이라고 거부했다:

"사회주의노동자당이 이 운동 내에서 연합하기를 희망하는 세력들이 있다. 이 선언문은 이들의 개량주의 정책과 투쟁방식에 영합하고 있다. 이 모습은 현재 이 운동 내에서 유행하고 있는 사상과 공산주의 원칙 사이의 차이를 반반씩 나눠 가지려는 시도로 나타난다."---[노동자 권력], 2003년 7월/8월

다시 태어날 제 2 인터내셔널을 조직하겠다고 자칭하는 노동자권력 그룹이 자기보다 덩치가 훨씬 큰 라이벌을 비난하면서 "공산주의 원칙"을 들먹이고 있다. 이 황당무계함은 코메디에 가깝다. 그러나 이 조직은 종종 추상적으로 올바른 정치적 관찰을 통해 다른 조직들의 수정주의 편향을 올바르게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자기는 지독하게 기회주의적인 정책을 추구하는 버릇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이와 관련된 최근의 예는 사회주의노동자당 주도의 "전쟁중지연합(StWC)"에서 보인 이 그룹의 활동이다. 이 연합은 개량주의 선전연합으로 이라크 전쟁에서 영국의 참여에 반대하는 시위를 조직했다. [노동자 권력]의 2003년 1월호는 이렇게 선언했다: "팔레스타인 인민이 이스라엘 억압자들에 승리하기를 원하는 것과 똑같이 혁명가들은 이라크가 미국과 영국 침략군에 승리하기를 열망한다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은 글로 폼을 잡는 것에 불과했다. 노동자권력 그룹의 간부들은 전쟁중지연합의 2003년 1월 11일 회의에 참여하였다. 이 회의에서 사회주의노동자당은 영 제국주의가 좀더 평화적인 대외정책을 구사하도록 "최대한 광범위한 기초 위에" 운동을 건설하겠다는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무엇이 "광범위한" 것인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 사회주의노동자당은 확실히 이렇게 조치를 취했다: 전쟁중지연합 조정위원회의 1석은 부르주아 자유민주주의자들의 대표에서 명확히 할애한다.

자유민주주의자들에 대한 제안, 제국주의 소굴 유엔을 지지하는 결의문, 전쟁중지연합의 부르주아 평화주의 강령 등을 노동자권력 그룹이 비판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대신 이 조직은 시간을 내어 이렇게 달콤한 제안을 했다: 청년과 노동조합원들 사이에 전쟁중지연합에 대한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 [노동자 권력] 2003년 2월호는 자랑스럽게 이렇게 보도했다: "우리 회원들이 전국전쟁중지연합의 지도적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연합에 참여하면서 노동자권력 그룹은 사회주의노동자당의 '개량주의 정치와 실천"에 영합했으며 이 클리프주의자들의 계급협조주의 정책에 좌익적 외피를 씌워주었다.

전쟁중지연합의 가장 중요한 성취는 2003년 2월 15일 런던에서 벌어진 대대적인 시위였다. 규모와 국제적 차원의 조직에서 이 시위는 유례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쟁중지연합의 시위에서 제시된 노선은 제국주의 지배계급의 "진보" 분파가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을 모두 제외시켰다. 기독교나 회교 성직자, 노동당 소수파, 자유민주주의자 등이 자신의 견해를 표출하도록 전부 초대되었다. 그러나 이 연합에 속한 자칭 혁명 조직들을 포함하여 어떤 자도 연단에서 맑스주의를 입에 올리지 못하는 비겁함을 보였다. 부르주아 계급의 자유주의 분파와 "연합"하려는 욕구는 "가장 광범위한" 대중을 동원하는 수단으로 합리화되었지만 제국주의자들의 전쟁 준비가 심각한 저항 없이 진행되는 것을 보장했을 뿐이었다.

혁명가들은 신식민지에 대한 제국주의자들의 범죄적 공격에 반대해야한다. 이 반대의 내용은 근로 대중과 청년들의 "반전" 정서를 자기 지배계급의 전쟁에 희생되고 있는 이라크 인민과 동맹할 필요성에 대한 인식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전쟁중지연합의 썩어빠진 계급협조주의 노선에 대항하는 날카로운 정치투쟁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노동자권력 그룹의 제 2 인터내셔널식 개량주의자들은 타고날 때부터 이렇게 할 능력이 없다. 노동자권력 그룹은 2003년 2월에 전쟁중지연합이 주최한 대대적인 그러나 혼란된 부르주아 평화주의 반전 시위를 대단히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이것은 제 2 인터내셔널의 기계적인 "낙관주의적" 객관주의를 회상시켰다. 2월 시위가 사회평화주의자들과 친자본주의 이데올로그들에 의해 장악된 사실에 눈을 감으면서 이 그룹의 돌팔이들은 이렇게 선언했다:

"서구의 이 운동은 이미 대단히 위력적이다. 백만 명의 시위, 철도와 항만의 봉쇄, 파업투쟁 등으로 전진하는 순간마다 이 운동은 전쟁 뿐 아니라 전쟁을 가져오는 자본주의 체제도 멈출 수 있는 자신의 힘을 더욱 인식하게될 것이다."---[노동자 권력], 2003년 3월

그러나 전쟁중지연합의 공공연한 사회평화주의는 반전운동을 대단히 허약하게 만들었다. 성공회 주교, 회교 지도자, 자유민주주의자, 노동조합 관료 그리고 기타 유명한 인물들을 기분 나쁘게 할 어떤 것도 시위 내용에 전부 제외되었다. 이를 통해 좌익의 꼬리인 노동자권력 그룹의 도움을 받아 사회주의노동자당은 블레어의 모험에 대한 대중의 반대가 부르주아 정치의 틀 내에 머물도록 보장했다. 미국과 영국의 연합군이 바그다드를 점령하자마자 이 대중"운동"이 급속히 녹아 없어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이 조직 지도자들의 머리 속에 각인되는 데에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이 때문에 2003년 5월에 발표된 제 5 인터내셔널 창립 보고서는 2월 15일 시위를 "세계 역사적"이라고 여전히 찬양했다([노동자 권력], 2003년 5월). 그러나 2003년 7월경이 되자 노동자권력 그룹은 곡조를 바꾸기 시작하여 2월 15일 시위에서 자신이 한 역할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이렇게 불평하기 시작했다: "사회주의노동자당은 노동조합과 개량주의 지도자들에게 도전하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공식지도자들에게 노동계급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라고 촉구하지도 않았고 이것을 거부한 것에 대한 비난도 하지 않았다." 이 조직이 지혜롭게 설교한 바에 따르면 "사회주의노동자당은 실제로는 개량주의자들을 자유롭게 놓아주었고 아주 중요한 시점에 이들을 구체적으로 비판하지도 않았다." 이제 남은 일이라고는 노동자권력 그룹의 "혁명적 맑스주의자들"이 애초부터 이 선전연합에 참여한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다.

 

악마를 천사로 만들기

이 수동적 객관주의는 이 조직이 다른 문제들을 다루는 데에서도 명백히 드러난다. [노동자 권력] 2003년 1월호의 어느 글은 베네수엘라 대통령 차베스의 타도를 위해 제국주의자들이 베네수엘라 우익을 사주하는 시도들을 다루고 있다. 이 글은 올바르게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차베스의 신인민주의(neo-populism), '인민 대통령'으로 알고 그에게 의존하는 노선 등으로부터 대중 스스로 혁명을 조직하여 노동자 권력을 수립하는 목표로 인민 대중이 획득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글은 대담하게 이렇게 말했다: "자본가와 미 제국주의에 대항할 빈민과 노동계급의 새로운 정당"을 건설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조직은 전형적인 중도주의 조직의 방식대로 "새로운 정당" 건설을 촉구하면서 동시에 차베스에 대한 전술적 조언을 첨가하고 있다. 차베스가 "조직된 노동계급을 자기편으로 획득할 수 있는 급진적이거나 사회주의적 조치들을 너무 적게 취했다"고 이들은 불평한다. [노동자 권력]은 베네수엘라의 보나파르트 독재자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그의 적들을 패배시키려면 물론 그는 '투자 파업 참여자들', 미국과 유럽연합에 본사를 둔 은행과 기업 등의 재산을 몰수하고 이것을 궁핍한 수백만 대중을 위해 써야한다. 그는 장교 집단으로부터 무기를 빼앗아 노동자 인민으로 구성된 대중 민병대를 수립해야한다. 그는 자본주의 국가기구의 대안으로 행동 위원회 등 노동계급과 인민의 저항기구를 수립하는데 도움을 주어야한다."

이 조언은 한가지 세부 사항을 간과하고 있다: 차베스는 부르주아 정치인이다. 그의 임무는 자본가들의 생산수단을 몰수하는 것도 아니요 "노동계급과 인민의 저항기구를 수립"하는 것도 아니다. 그의 임무는 노동에 대한 자본의 계속적 지배를 확보하고 국제 자본주의 질서에서 베네수엘라 자본가들의 지위를 강화시키는 것이다. [노동자 권력]이 보기에 차베스가 "급진적이거나 사회주의적 조치들을" 취할 사람이라면 그를 초대하여 제 5 인터내셔널을 창립하는데 도움을 받는 것이 어떻겠는가? 중국의 사회주의 혁명을 압살한 장개석도 잠시 코민테른에 가입했었다. 차베스에게 압력을 가해 그가 노동자들의 이해를 위해 행동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제안은 1920년대에 국민당에 재앙적으로 영합한 스탈린의 노선과 아주 흡사하다.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스탈린의 계급협조주의 정책이 중국의 노동계급을 참수하였다면 제 3 세계 "반(反)제국주의" 독재자들을 통해 대중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름길을 찾으려는 일장춘몽은 순전히 글에서만 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이 두 정책은 차이점이 거의 없다.

차베스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얘기할 것이 있지만, 우선 그가 남미를 지배하는 제국주의자들과 갈등을 일으켜온 것은 사실이다. 이것이 그와 룰라의 차이이다. 후자는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의 명령을 거부하겠다고 전에 제안한 것을 뒤집고" 이것들을 성실히 이행하고 제국주의 고리대금업자들에게 계속 빚을 갚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2002년 10월에 브라질의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이코노미스트], 2002년 11월 2일). 룰라는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부르주아 자유당의 섬유재벌이자 백만장자인 알렌카를 선정했다. 이 사실은 그의 인민전선주의를 확연히 드러내었다.

2003년 9월호에서 [노동자 권력]은 룰라 정권을 계급연합의 "인민전선"이라고 묘사하였다. 또한 룰라의 농업개혁 장관이 된 통합서기국의 로세토가 "룰라가 노동자 농민을 위해 통치하고 있다는 환상을 유포하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분노에 차 비난했다. 노동자권력 그룹은 통합서기국이 "노동계급의 정치적 독자성이라는 원칙을 짓밟았다. 또한 브라질노동자당이 부르주아 계급에게 노동자의 이익을 팔아 넘기는 것을 정당화시킨다"고 올바르게 비난했다. 그러나 룰라가 처음으로 대통령에 당선되고 그에 대한 환상이 대단했을 때 [노동자 권력]은 다른 곡조를 흥얼거렸다. 룰라의 인민전선 노선을 "급진적 사회주의 조치의 기초"가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이 조직은 이렇게 주장했다:

"그의 정부는 최저임금, 사회복지, 토지개혁, 노동자 권리 등에 대한 진보적 입법을 제출하도록 강제되어야한다. 우익이 의회에서 이러한 법안들을 표결로 저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대적인 파업과 항의 시위를 조직하라고 노동자들이 노동총연맹(CUT)에게 촉구해야한다.

이 운동으로부터 혁명의 강력한 역량이 결집될 수 있다. 이 역량은 은행과 대기업의 몰수, 외채 지불 거부, 기존 정책들을 고수하는데 전념하는 자본주의 국가기구의 타도 등을 위해 투쟁한다."---[노동자 권력], 2003년 1월

국제좌익반대파를 건설하기 위한 선구적 저작에서 트로츠키는 차베스, 룰라, 세계사회포럼의 지도자 등과 같은 소부르주아 참주선동가, 사기꾼, 관료 등에게 혁명가로 행동하라고 촉구하는 스탈린주의/멘세비키적 공상주의의 "요구들"을 이렇게 비웃었다:

"오래 전에 누가 말했듯이 우리를 조금도 구속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강제조항도 가하지 않는 순수하게 실제적인 합의는 특정 순간에 유리하다면 악마와도 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악마가 대체로 기독교로 개종해야하며 노동자와 농민을 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적으로 경건한 행위들을 위해 자기 뿔을 사용해야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황당할 것이다. 이런 조건을 내거는 것은 실제로는 악마를 옹호하는 것이다. 우리가 악마의 대부가 되게 해달라고 애걸하는 것과 같다."---[레닌 사후의 제 3 인터내셔널]

친자본주의 분자들이 반자본주의 투쟁을 하라고 "요구하는" 이 조직의 정책은 [노동자 권력]의 영국 국내 정책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영국의 노동조합 관료지도자들이 새로운 노동자 지도부를 수립할 것을 [노동자 권력] 2003년 9월호가 제안한다: "노동조합 지도자들과 노동당 좌파에게 블레어와 결별하고 반자본주의와 반전 세력을 새로운 노동자 정당으로 결집시키라고 촉구해야한다." 이 주장은 노동조합 안에서 "평조합원 운동을 위해 투쟁하자"는 제안과 기이하게 결합된다. 국제사회주의자들과 같이 있었던 시절에 물려받은 "평조합원" 전략은 다음과 같은 노동자주의의 가정에 기초해있다: 노동당/노동조합 즉 부르주아 의식을 가진 "즉자적 계급"은 노동조합의 현재 지도부인 관료들로부터 분리되어 조직되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대자적 계급"이 된다.

"평조합원"운동의 노동조합 개량주의는 정치적으로 노동자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 뿐이다. 노동계급 내에서 조직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자본의 노동 부관"인 개량주의자들과 분리된 새로운 지도부를 수립해야한다. 이것이 레닌주의의 핵심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노동당 관료들로 대표되는 지배적인 개량주의 이데올로기에 싸워야하며 이를 위해서는 혁명가들이 개입해야한다. 노동운동 내에 자본가들의 중심 도구인 관료들의 정체를 폭로하고 개망신시키는 정치투쟁을 수행해야한다. 그러나 이 대신 노동자권력 그룹은 혁명가들에게 "반(反)자본주의" 노동자 정당을 수립하라고 촉구한다.

 

21세기의 카우츠키주의

제 2 인터내셔널은 1914년 8월 노동계급에게 사회제국주의적 배신을 했다. 이 사건으로부터 볼세비키들이 얻은 핵심 교훈은 이것이다: 혁명가들과 개량주의자들이 하나의 조직에 "통일"될 경우 재앙만을 초래될 것이다. 자본가들과 노동운동 내부의 자본 하수인인 개량주의자들로부터 독자적으로 혁명가들을 조직하는 기초 위에서 제 3 인터내셔널이 건설되었다. 거의 30년 동안 국제사회주의자들의 개량주의와 진정한 트로츠키주의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면서 노동자권력 그룹은 중도주의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이후 이 그룹은 레닌주의와는 정반대의 결론에 도달한 것 같다.

노동자권력 그룹의 최근 움직임이 제기하는 가장 명백한 질문은 이것이다: 모든 것을 포괄하는 무정형의 운동을 건설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이 그룹은 왜 독자적으로 조직을 유지하는 수고를 하는가? 사회주의노동자당은 노동자권력 그룹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그리고 사회주의노동자당의 계간 이론지 [국제사회주의}가 가끔 선보이는 약간의 수사적인 좌익적 허세를 제외하면 노동자권력 그룹과 국제사회주의자들 사이에 정치적 차이는 정말이지 별로 없다. 그런데 국제사회주의자들도 규모가 자신보다 더 큰 모든 경향을 포괄하는 "사회주의" 정당 속에 자신을 해소할 용의를 보여왔다. 사회주의노동자당은 최소한 이 사업에 투여할 수천 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수십 명밖에 되지 않는 노동자권력 그룹이 모든 경향들을 포괄하는 카우츠키식 "계급 전체의 당"을 소생시키는 촉매가 되리라고 예상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쓰디써도" 대중에게는 진실을 말해야한다고 레닌과 트로츠키가 주장했다. 그러나 노동자권력 그룹은 "고립"을 피하고, 대중 스스로 환상에서 깨어나 단호한 입장과 엇비슷한 것을 제출하기까지 기다리는 데에 주된 관심을 기울여왔다. 우리는 몇 년 전에 이렇게 말했다:

"노동자권력 그룹은 태어날 때부터 확연한 모순에 짓눌려 있었다. 한편으로 이들의 경험적 관찰은 날카롭게 현실을 파악하여 트로츠키주의를 정치적으로 이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이 그룹은 자유주의 좌파와 사회민주주의의 견해를 거스르는 것이 두려워 올바른 정치적 이론적 결론을 끌어낼 용의가 없었다. 자신들의 사고를 논리적 결론까지 끌고 갈 경우 이들은 좌익 운동권에서 소외될 것이고 '종파주의자'라는 평판을 얻게될 것이었다. 이것은 중도주의자들에게는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운명이다."---[1917], 제 17호, 1996년

자신의 새로운 [세계혁명을 위한 선언문]에서 노동자권력 그룹은 자신이 "전체 국제운동에 행동지침을 작성해줄 정도로 대담한" 것에 대해 자축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 문서가 세계화 반대 운동 내에서 "많은 사람들을 혐오스럽게 할 은어"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사과했다. "제 5 인터내셔널"이라는 술수를 통해 대중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름길을 찾으려는 이들은 레닌주의-트로츠키주의의 가식마저 던져버렸다. 이를 통해 특이한 이 중도주의 그룹은 노골적인 청산의 길을 가고 있다. 제 4 인터내셔널을 버리고 제 2 인터내셔널을 택하면서 이 혼란주의자들은 자신의 껍데기 노선을 실제 행동과 일치시키려는 주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1917] No.26 --- Fifth Wheel Internationali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