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자본주의가 아니며, 제국주의도 아니다

<뿌리>의 「중국 대 미국: 위기의 발화점」 비판

 

20세기 초 자본주의가 제국주의 체제로 발전한 이후, 제국주의는 현대를 일관되게 지배한 현상이었다. 노동계급과 세계 모든 인민이 이 썩어문드러진 자본주의 체제로부터 해방되어 인류 문명을 보존하고 재건하는 길에서 제국주의에 대한 이해는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독점과 국가독점 단계에 도달한 금융자본이 초과이윤을 수취하고 그것을 최대화하기 위해 경제적 후진 지역을 착취하고 그것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최대화하기 위한 정치·군사적 침략과 억압’이 제국주의의 본질이다. 기성 체제에 대한 도전과 저항을 가혹하고 잔인하게 억눌러 자본주의 세계체제를 지탱한 주역이 또한 제국주의이다. 지금 세계에서 일어나는 굵직한 사안들 대부분은 거의 모두 제국주의적 현상이다.

그 중에서도 1, 2차 세계대전을 통해 먹이사슬의 정점에 확고부동하게 올라선 미 제국주의는 지금의 제국주의 현상을 단연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전 세계 130여 개국에 20만 명 이상의 병력을 배치하고, 전 세계 국방비를 많이 쓰는 2위국인 중국의 5배, 상위 15개국 국방비 총액의 두 배 이상을 쓰는 나라가 미국이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조지아, 리비아, 우크라이나, 시리아, 팔레스타인, 온두라스, 터키 등 거의 모든 분쟁 지역에 미국이 직접 관련되어 있고, 식민지 내정에 깊숙이 관여하여 전쟁,쿠데타, 내란, 요인 암살 등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것 또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반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동아시아와 한반도 그리고 남한의 국내외 정세에서 미 제국주의는 핵심 동인이다. 연중무휴로 전개되는 한미일 합동군사훈련, 제주 해군기지, 생화학 실험, 사드 배치 등은 그 중 잘 알려진 몇 가지 사례이다.

 

제국주의: 기회주의의 뿌리

기회주의는 썩어문드러진 이 자본주의 체제가 연명할 수 있는 비결이고, 제국주의는 이 시대 거의 모든 기회주의의 근원이다.왜냐하면 제국주의는 자본주의 발전의 최고 형태이고 자본주의 먹이사슬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여, 자본주의 저항 세력에게 가해지는 가장 강력한 압력이기 때문이다. 사민주의, 스탈린주의, 국가자본주의론, 노동자주의 등 이 시대 핵심 기회주의 조류 모두는 이 제국주의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특히 노동자연대와 <뿌리> 등이 공유하는 국가자본주의론은 제국주의에 대한 기회주의적 태도의 가장 심각한 발원지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문제를 예민하게 관찰 연구하고, 기회주의적 사고를 노동계급이 옳게 분별할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지난 2014년 10월, <노동자운동연구공동체 <뿌리>(이하 <뿌리>의 「제국주의 범죄에 맞서는 유일한 힘-노동자 국제주의」에 대한 비판(「제국주의에 대한 <뿌리>의 기회주의적 인식」)은 그러한 노력 가운데 하나였다.

그 글에서 우리는, “<뿌리>의 제국주의 인식은 그 경제적 동기와 차이를 무시하고 그저 군사력을 이용한 팽창정책 또는 국가 간 힘겨루기라는 현상에만 매몰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뿌리>가 맑스주의에서 벗어난 속되고 반노동계급적인 제국주의 관점을 선전하는 이유는 “구소련이나, 자본주의화된 지금의 러시아 그리고 중국까지 제국주의 범주에 넣거나, 심지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등처럼 제국주의와 식민지 사이의 갈등에서 중립하거나 기권하는 자신들의 입장”과 “노동자주의”를 합리화하기 위함이라는 점을 논증한 바 있다.

 

<뿌리>의 「중국 대 미국: 위기의 발화점」

<뿌리>는 2016년 3월 「중국 대 미국: 위기의 발화점」을 발표했다. 이전보다 구체적 문제를 다룬 이 글은, 제국주의에 대한 그들의 억지스럽고 속된 이론이 구체적으로 무엇 때문인가를 분명히 밝혔다.

다음 인용문들은 <뿌리>의 주장이 집약된 구절들이다.

“중국이 경제적으로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몸집이 점점 커지면서…세계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 지배계급 입장에선 아시아에서 세력관계의 변화가 일어나는 게 못마땅했을 것”

“중국이 아시아 지역 패권을 둘러싼 잠재적 경쟁자에서 현실적 경쟁자로 급부상하자 미국도 서둘러 맞대응에 나서는 중”

“중국은 세력권의 재분할을 원하고, 미국은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 지배계급의 생존 조건은 최소한 아시아에서 미국이 누리던 패권과 반드시 충돌한다.”

“군사적 위기의 근원…미국과 중국 같은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경쟁과 갈등이 그 뿌리를 이루고 있음을 직시하는 게 출발점이다.”

“제국주의 열강들은 곧장 서로 직접 어깨를 부딪치기보다는 대리인들을 통해서 서로의 힘을 측정하려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시리아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바로 이 때문에 한반도에서의 전쟁위기는 과거보다 더 ‘현실성’을 갖게 된다. 2011년 미국과 유럽 열강들의 리비아 공습도 그런 맥락”

“중국을 ‘많이 망가지긴 했지만 여전히 모종의 사회주의 국가 내지 노동자 국가’로 여기는 망상”

이를 통해 <뿌리>의 현실인식과 노선을 정리하면 이렇게 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제국주의 국가이다. 동아시아 긴장은 중국이 제국주의 패권다툼에 나섰고 그에 대한 미국의 ‘대응’으로 조성된 것이다. 중국/러시아와 미국의 갈등은 제국주의 대 제국주의 갈등이다. 그러므로 중립적 입장에 서야 한다. 달리 말해, 미국을 적대해서는 안 된다.

―리비아, 시리아, 우크라이나 등에서의 갈등도 제국주의 대 제국주의 갈등의 결과이다. 그러므로 그 지역들에서 역시 우리는 중립적 입장에 서야 한다. 달리 말해, 미국을 적대해서는 안 된다.

―중국을 모종의 사회주의 국가 내지 노동자 국가로 여기는 것은 망상이다. ‘중국에 맞선 한미일 동맹의 포위 공격은 노동자국가를 무너뜨려 13억 인민을 식민지 착취체제로 편입하기 위한 시도’라는 인식은 망상일 뿐이고, 그것은 제국주의 대 제국주의 경쟁이다. 그러므로 그 경쟁에서 중국과 남한을 포함한 동아시아 노동계급은 방어할 것이 없다. 달리 말해, 미국을 일방적으로 적대해서는 안 된다.

<뿌리>의 이러한 노선은 미 제국주의와 일본 제국주의에 면죄부를 주고 노동계급의 표적을 흐려 정치적으로 무장 해제시키는 것이다.

 

<뿌리>의 4가지 주된 논거

<뿌리>의 그와 같은 정치적 결론의 핵심 전제는 ‘중국은 제국주의이다.’이고 이 결론을 위해 <뿌리>가 이 글에 끌어 쓰는 주된 논거는 다음 네 가지이다.

1. 세계 500대 기업 중 중국기업 수의 증가

2. 나이지리아 중앙은행 총재 라미도 사누시의 주장

3. 중국의 그리스 피레우스 항 매수

4. 아프리카 지부티에 건설한 중국 군사기지

우리는 위의 논거들을 꼼꼼히 검토해 보았다. 검토한 결과, ‘중국은 제국주의이다.’라는 결론을 끌어내기 위해 동원한 위의 논거들은 상당히 하자가 많고 결론과의 필연성이 약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뿌리>는 ‘자신들의 결론을 성급히 확정하려고 또는 이미 내려진 결론을 합리화하기 위해’ 사실들을 총체적으로 살피지 않고 입맛에 맞는 몇 개의 논거만 ‘제 논에 물 대기’식으로 끌어 쓰고 있다. 그렇게 해도 따라줄 몇몇 후진적 독자에 대한 믿음 때문일 것이다.

 

4가지 논거에 대한 검토

자, 그럼 위의 네 가지 논거들을 하나씩 따져보자.

 

1. 세계 500대 기업 중 중국기업의 수가 많다는 것은 중국이 제국주의임을 입증하는가? 그리고 ‘중국을 모종의 사회주의 국가 내지 노동자 국가로 여기는 것은 망상’인가?

<뿌리>는 “중국이 제국주의 강대국으로 도약”한 것이 너무 분명하지 않느냐는 듯이 의기양양하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2001년에 상위 500대 기업 중 중국 기업의 숫자는 12개에 불과했다. 2012년에는 그 숫자가 73개로 늘었고, 2015년에는 98개로 집계됐다. 전체의 5분의 1 수준이며, 그중 은행이나 보험사 등 금융기업이 16개다.”

중국 인구는 13억 6천만 명으로 세계 인구의 약 20%(18.9%, 2015년) 정도이고, <뿌리>가 자꾸 모른 척하려는 자료들에 따르면, 중국 기업 대부분은 국유기업이다. 즉, 광대한 영토 위에서 13억이 넘는 인구를 상대로 하는 단일 기업들이라는 뜻이다. 그런 기업들이 세계 순위권 안에 많이 들어간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참고로, 인구가 1억 3천만으로 중국의 1/10인 일본은 54개 기업이 올라 있다. 그런 점에서 위의 자료는 ‘중국은 강대국이다.’라고 말할 근거가 될 수는 있어도, ‘중국은 자본주의이며 제국주의’를 증명할 수 있는 근거는 되지 않는다. 오히려 국유기업의 수를 고려하면, ‘중국은 1949년 혁명의 자산을 아직 유지하고 있다. 즉, 노동자국가로서의 성격을 여전히 상당히 보존하고 있다.’를 증명하기에 적절한 자료이다.

관련된 다른 자료들을 보자.

“미국 경제지 포춘(Fortune)지가 발표한 2014년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중국기업이 91개를 차지…이 중에서 8개만이 민영기업들이며 나머지는 국유기업들임.”―「중국 국유기업의 개혁에 대한 평가 및 시사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14년

“중국 런민대학 석사과정 문진영씨의 연구논문 ‘중국 국유기업의 개혁변화’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는 국유화에서 민영화, 다시 민영화에서 국유화 과정을 거치면서 500대 기업 중 국유기업이 80% 이상을 차지…500대 기업 전체 매출액과 자산총액, 순이익에서 국유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기 83%와 90%, 82%”―「중국 국유기업 비중 80% 이상…한국 주요산업과 경쟁관계」, 쿠키뉴스, 2012년 3월 18일

“국유기업은 중국 GDP의 82%(2013년 기준)”―에너지경제연구원, 2015년 10월

이 자료들에 따르면, <뿌리>가 의기양양해 마지않는 <포춘>지 500대 기업에 드는 중국기업들 91개 중 84개가 국유기업이고,중국 500대 기업 중 국유기업이 80%를 차지한다. <뿌리>는 이런 얘기들은 입도 벙긋하지 않는다. 세계 어디에도 국유기업 비율이 80%에 달하는 자본주의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 공기업 자산가치, OECD내 2위」(매일경제, 2010년 8월 6일)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회원국은 GDP 대비 공기업의 비중이 평균 3%를 밑돌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은 ‘생산수단의 사적소유’이고 공산주의의 요체는 ‘사적소유의 폐지’이다. 이것이 맑스주의의 핵심 언명이다. 그런데 국가소유의 비중이 저토록 높은 체제를 두고,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노동자운동연구공동체 <뿌리>’는 부끄러워하는 내색도 없이, 자본주의 심지어 제국주의라고 말하는 것이다.

 

2. 나이지리아 중앙은행 총재 라미도 사누시의 주장은 중국이 제국주의임을 증명하기에 온당한가?

<뿌리>는 ‘중국은 제국주의 나라이다.’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2009년~2014년 나이지리아 중앙은행 총재를 지냈던 라미도 사누시를 증인으로 내세운다.

“그는 2013년에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자원과 시장을 확보하려고 아프리카와 인도로 진출했던 과거의 영국과 지금의 중국을 견주면서, 중국이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으려 한다고 비난했다.…그는 자신이 경험하고 관찰한 것을 토대로 중국의 제국주의적 약탈을 규탄했다(위 기고문을 쓴 다음해에 그는 중앙은행 총재직에서 쫓겨났다).”

사누시가 기고한 <파이낸셜타임스>기사에 따르면, “중국이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고, <뿌리>는 사누시 해임 이유가 “중국의 제국주의적 약탈 규탄” 때문이었다고 암시한다.

우리는 <뿌리>가 인용한 <파이낸셜타임스> 기사와 라미도 사누시에 대한 조사를 해보았고, 그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첫째, <파이낸셜타임스>기사가 “제국주의적 약탈”을 고발하는 근거로는 중국이 나이지리아산 석유를 사가는 것이 고작이다.게다가 나이지리아 석유는 나이지리아 토착인민들의 소유가 아니다. 다른 식민지 나라의 자원들이 그렇듯이, 서방 제국주의자들 소유이다. 나이지리아의 석유는 네덜란드와 영국 합자회사인 <로얄 더치 쉘>과 미국회사인 <쉐브론> 등이 퍼낸 석유이고,그것을 중국이 사가는 것이다. 백여 년 동안 세계를 한 치의 에누리 없이 약탈해 온 위의 두 제국주의 다국적기업들이 중국에 약탈당한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누시는 떼쓰듯이 그렇다고 말하는 것이고, <뿌리>는 이런 의심스러운 떼쓰기를 여봐란 듯이 인용하며 ‘중국은 제국주의이다.’라고 주장한다.

둘째, 위키리크스에서 폭로된 문서들과 그의 행적들을 살펴보면 그는 철저한 미 제국주의의 하수인으로 볼 수 있다. 먼저 그가 중앙은행의 총재가 된 2009년 6월 3일로부터 6일 뒤인 6월 9일 미국 대사 샌더스의 보고서는 ‘대사와 긴밀히 연결된 사람(the close contact of the ambassador)’으로 사누시를 언급하고, 같은 해 11월 16일 비밀 등급의 문서로 사누시와 대사의 1대 1 대담을 기록한 보고서는 그가 퍼스트뱅크에 재직할 당시부터 2년간 대사와 친분을 쌓아왔다고 언급한다. 또한 그의 대단한 업적으로 칭송받는 금융개혁 역시 실은 미 제국주의가 원하던 것이었고 제국주의에게 이익을 안겨주었다.

그는 대다수 나이지리아 인민들의 삶과 직결된 석유보조금 문제에서도 거리낌 없이 제국주의의 편에 섰다. 2012년 나이지리아 정부는 세계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는 명목으로 보조금을 완전히 폐지했다. 이 조치가 시행되자마자 석유가격이 두 배로 뛰었고 다른 생필품과 요금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그러자 나이지리아 노동조합은 보조금 철폐조치 철회를 요구하면서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고 전국 각지의 도시들에서 수만 명의 인민들이 거리로 나와 철회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6명의 사망자와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그 조치는 저지되었다. 보조금 철폐는 나이지리아 인민의 삶에 커다란 타격을 가하지만 금융자본과 토착하수인 모두에게 엄청난 이득을 안겨주는 문제였다. 그럼에도 사누시는 2012년 보조금 철폐를 지지했고 조치가 철회된 이후에는 공작을 벌였으며, 2016년에 보조금이 기어이 철폐되자 재차 지지를 보냈다.

그렇다면 사누시는 왜 중국을 제국주의라고 비판했던 것일까? 이는 <쉐브론>의 상무이사와 미국 대사 사이의 대담을 통해 짐작해볼 수 있다. 이사가 말하길 “나이지리아 정부는 중국을 유정 임대계약에 끌어들여 국제석유회사들에게 더 많은 돈을 요구한다.” 이를 앞서 살펴본 사누시의 친제국주의적 행보와 결부지어 생각해볼 때 그의 발언 목적이 무엇인지 쉽게 유추해낼 수 있다.

위와 같이 제국주의에 봉사한 공로가 있었기에 사누시는 재임기간 동안 <파이낸셜타임스>로부터 2차례에 걸쳐 ‘올해의 중앙은행 총재’상을 받고 <타임> 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목록에 두 번이나 등재되는 영예를 누릴 수 있었다. 이는 <파이낸셜타임스>가 영국제국주의 금융자본의 기관지이자 세계 지배의 정보지로 탄생한 잡지이고 현대에 영국제국주의 그리고 미국제국주의와 긴밀하게 협조한다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추측할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뿌리>는 경솔하게도, 그런 신문의 의견기사를 무비판적으로 인용하여 주장을 펴고 있다.

셋째, ‘사누시가 중국 제국주의 약탈을 규탄한 후 총재직에서 쫓겨난 것’처럼 <뿌리>는 말하지만, 그가 쫓겨난 이유는 이와 전혀 상관이 없다. 사누시는 2014년 1월에 상원에서 “2012년과 2013년에 걸쳐 200억 달러의 석유 세입이 사라졌다”고 증언했고 이 때문에 사누시는 조나단 대통령에 의해 해임되었다. 그로부터 4달 뒤인 2014년 6월 8일에 사누시는 그의 삼촌을 계승해 북 나이지리아의 중심도시 카노의 왕이자 종교 지도자인 에미르로 지명되었다. 카노의 에미르는 영국이 나이지리아를 식민통치하던 시절 영국에 의해 토착 지배자로 임명되어 왔다는 역사적 사실과 일관된 사누시의 친 제국주의적 행보는 그가 제국주의에 의해 임명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자아낸다.

이런 점에서 <뿌리>와 달리 우리는,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제국주의 약탈을 자행하고 있다.’라는 사누시의 증언을 신뢰할 수 없다. 오히려 우리는 <뿌리>가 소개한 리미도 사누시라는 자를 통해서, 미-영제국주의 금융자본과 토착하수인들의 식민지 착취 동맹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3. 중국이 그리스 피레우스 항을 매수한 것은 제국주의적 약탈인가?

<뿌리>는 말한다.

“중국이 경제위기를 틈타 그리스 최대항구인 피레우스항을 집어삼킨 것 역시 비슷한 맥락(제국주의적 약탈)에서 바라볼 수 있다.”

<뿌리>는 “집어삼킨”이라는 표현을 통해 중국의 제국주의적 탐욕을 강조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 거래 내막을 살펴보면 ‘제국주의 약탈’이라는 <뿌리>의 단정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관련 기사가 여럿이지만, 그 중 월스트리트저널의 2016년 1월 12일 기사 「중국 코스코가 그리스 피레우스 항구에 단독 입찰하다(China Cosco Makes Sole Bid for Greek Port of Piraeus)」를 살펴보자.

기사 제목이 전하듯, 중국의 단독 입찰이었다.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최종 경쟁자는 세계 1위 항만운송회사 ATM Terminals과 5위인 International Container Terminal Services였지만 둘 다 입찰을 포기했다.

“ATM Terminals 대변인 톰 보이드는, ‘신중한 검토 끝에, 피레우스는 우리에게 매력적인 사업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말했다.”―위의 기사

알다시피 그리스는 몇 년 째 외채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돈이 급하다. 이렇게 급하게 쫓길 때는 상거래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억울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한국은 이런 경험을 했다. 1997년 이후 외환위기 국면에서 외국 금융자본들은 말 그대로 횡재를 했다. 한국은 절대 ‘을’이었고, 외국 투자자들은 절대 ‘갑’이었다. 외환은행, 제일은행, 한국통신공사,담배인삼공사 등등의 알짜배기 기업들이 헐값에 팔렸고, 터무니없이 불리한 조치들을 강제당했다.

그런데 그런 거래에 이력이 난 세계 1위와 5위 항만운송회사는 “매력적인 사업이 아니”라며 인수를 포기했다. 그런 거래를 가지고 “제국주의 약탈”의 근거를 잡은 듯 주장하기엔 뭔가 부족한 것 아닌가?

동유럽과 소련의 붕괴 이후 중국과 북한은 냉전의 주요 목표였다. 최근 한국 사드(THAAD)처럼 중국과 러시아 국경엔 제국주의 미사일 기지가 촘촘히 건설되었다. 그 봉쇄를 뚫고 자원수입을 보장하고 통상로를 확보하는 것은 중국에게 사활이 달린 일이다. 그것이 ‘일대일로’나 ‘진주목걸이’ 전략들이다. 그러기 위해 관련국들과 우호적 관계를 수립해야 하고 중국은 경제적 이득을 제공하여 환심을 얻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점은 미 제국주의와 극명히 대비된다. 미국 등 진짜 제국주의는 환심을 살 필요가 없다. 힘으로 찍어 누르면 되기 때문이다. 영국 프랑스 미국 등이 아프리카에서 지난 100년 동안 어떤 짓을 했는지는 너무 잘 알려져 있다.

이런 방식은 지부티의 중국 군사기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4. 아프리카 지부티에 건설한 중국 군사기지는 제국주의 행위인가?

<뿌리>는 <중국의 팽창에 대한 반발>이라는 소제목에, 앞서 언급한 사누시의 증언에 이어 “중국 제국주의 현 단계 전망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지부티 군사기지를 지목한다.

“가장 최근의 소식에 따르면 중국은 아프리카 동북단 요충지인 지부티에 첫 해외 군사기지를 세우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중국이 추진하는 군사대국화, 대양해군이 지향하는 바를 알려준다.”

지부티는 홍해 끝 아덴만에 위치하여, ‘유럽-그리스-지중해-수에즈운하-홍해-태평양-중국’으로 이어지는 해상운송로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 지부티에 인접한 아프리카의 뿔 지역은 잘 알려진 소말리아 영토이고, 이곳은 오랜 식민역사로 인한 내전으로 정세가 매우 불안한 지역이다. 우리 귀에 익숙해진 ‘소말리아 해적’이라는 말에는 그러한 역사와 정세가 반영되어 있다.

지부티는 프랑스의 오랜 식민지이고 프랑스 군대가 상시적으로 주둔해 있다. 또한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해상운송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일본 등이 군사기지를 가지고 있고, 한국도 같은 목적으로 청해부대를 파병하고 있다. 중국은 작년 군사기지 건설을 결정하여 건설 중이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첫 해외기지이다. 그밖에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의 군사기지 건설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다(「지부티, 美·中 등 열강에 군사기지 빌려줘 고속성장」, 조선, 2016년 4월 18일).이런 배경을 누락하고 지부티의 중국기지건설을 덥석 물어 제국주의 야욕의 산물이라고 묘사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은지.

<뿌리>는 ‘중국의 제국주의적 팽창정책에 대한 식민지 인민의 반발’이라는 의미를 담은 소제목을 달았지만, 다음 글에 따르면,꼭 그런 것 같지 않다.

“중국은 먼저 지부티에 에티오피아로 가는 철도를 비롯, 공항과 항만시설 등 엄청난 사전 인프라 투자를 진행해 왔다. 지금까지 발표된 것만 모두 100억 달러가 넘는 규모로, 이는 지부티 GDP의 6배에 해당한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작년 연말 요하네스버그에서 수십 명의 아프리카 정상들과 회담을 가지고 600억 달러의 개발·협력 보따리를 풀었다. 시 주석의 아프리카 방문에 대해 베스텍 애셋 매니지먼트(Investec Asset Management)의 투자분석가 마이클 파워(Michael Power)는 “아프리카는 어려울 때 함께 있어주는 사람을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며 “중국 사람들은 1년 전에 비해 아프리카의 자원이 덜 매력적으로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바꾸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中, 지부티에 첫 해외 군사기지 건설: 미국과 ‘전략적 긴장 관계’ 불가피」, 중앙선데이, 2016년 2월 3일

 

4가지 근거 검토를 마치며

우리는 지금까지 ‘중국은 제국주의이다.’라는 자신들의 결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뿌리>가 동원한 4가지 사실들이 과연 결론에 부합하는지를 검토했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던 것처럼, 4가지 사실들은 온전한 것이 하나도 없고 결론을 도출하기에 하나같이 함량미달이다. 제국주의를 비맑스주의적으로 이해하는 <뿌리>가 자신들의 조야한 결론을 조급히 합리화하기 위해 견강부회하는 것이다.

 

인과를 뒤바꿔 피해자에게 책임 전가하기

게다가 <뿌리>는 전쟁공포를 한껏 부각시키면서, 그 공포를 통해 자신들의 엉터리 논리가 위기 타개의 유일한 해법인 것처럼 보이려 한다. 한반도와 동아시아 긴장의 원인이 마치 중국의 호전적 태도에 있는 것처럼 설명하며, 진짜 원인인 미국과 일본 제국주의에게는 중립적 태도를 취할 것을 권한다. 그런 방식으로 진짜 제국주의에게는 면죄부를 주는 것이고, 그 면죄부를 위해 <뿌리>는 기형적 노동자국가 중국을 ‘제국주의’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최근 THAAD 배치와 그에 맞선 성주 군민들의 눈부신 저항으로 인해, 한반도 인민들은 동아시아 전쟁공포의 진짜 원인을 향해 빠르게 다가가고 있다. <뿌리>는 그러한 인민들에게 가서, ‘미국만이 아니라 중국도 제국주의임을 설명하며 적개심의 균형을 잃지 말 것’을 호소할 필요성을 느낄지도 모른다.

중국의 방대한 국경은 미국 ‘동맹국’들과 미군 군사기지에 의해 촘촘히 포위되어있다. 이에 중국이 반발하자, <뿌리>는 그 정당한 반발에 대해, 말투가 예전 같지 않다며 그것이 군사적 긴장을 예사롭지 않게 만들고 있다고 걱정한다.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영구폐쇄를 선포하고 미국과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여기까지라면 으레 있었던 군사적 긴장 고조와 완화 과정의 판박이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주변 사태에 대해 중국 지배계급이 내뱉는 말의 톤이 바뀐 것이다.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는…경고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으름장을 놨다.…그간의 어조에 비춰본다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피해자의 정당방위에 오히려 갈등 격화의 책임을 묻는 꼴이다. 자기를 겨냥한 비수에 위협을 느끼고 경고하는 것은 정당한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하지만 <뿌리>는 격세지감을 느낀다. 제국주의 압력에 대해 눈을 늘 아래로만 깔고 살았기에, 부당한 압력에 치뜬 눈을 이해 못하고, ‘예전과 달리 대든다는 이유로’ 오히려 가해자 편을 드는 꼴이다. 이런 식의 논리는 낯설지 않다. 북한 핵무기 개발에 대해서도 많은 자칭 ‘사회주의자’들이 시시때때로 들고 나온 논리이다.

 

제국주의 그리고 중국 사회성격과 미래에 대한 요약

우리는 지난 글에서 제국주의는 단지 강대국의 힘겨루기가 아니라, ‘초과이윤 수취를 위한 금융자본의 식민정책’이라는 점을 밝히면서, 당사자의 주관적 소망과 무관하게, 왜 중국이 제국주의가 되지 못하고 침략적이고 약탈적 성격을 띠지 못하는지를 설명한 바 있다.

“지금 러시아의 한 달 최저임금은 한국 돈으로 20만 원 정도이고, 중국 역시 비슷하다. 이런 나라는 스스로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간에, 그들에게 ‘제국주의적 욕망’이 있든지 없든지 상관없이, 다른 나라에서 초과이윤(‘자국의’ 노동자들로부터 착취하고 있는 이윤 이상의 이윤)을 획득하기 어렵다. 따라서 자본의 외국 진출과 무력을 이용한 팽창 동기 자체가 제한적이다. 그것은 러시아나 중국의 지배자들이 선해서가 아니라, 그 나라들의 자본이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즉, 외국 투자를 통한 이익이 국내 투자 이익보다 낮고 심지어 국외 진출 비용까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해외에 투자되어 있다고 그것을 초과이윤을 노리는 금융자본의 투자와 동일시하는 것은 현상 이면의 본질적 차이를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의 인식이다.”―제국주의에 대한 <뿌리>의 기회주의적 인식

동아시아 그리고 세계 노동계급은 지금 세계정세를 이해하는 핵심축 가운데 하나인 중국 문제를 올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우리 생각은 이렇게 요약된다.

‘1949년 혁명 이후 중국은 자본가계급과의 동거라는 위험천만한 노선(‘신민주주의’)을 추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퇴보한 노동자국가 소련의 존재 등에 힘입어, 생산수단을 국유화한 결과 기형적 노동자국가가 되었다. 혁명 중국은, 인도 등 다른 자본주의 국가와 달리, 봉건유제 철폐와 더불어 여성인권 등 인민의 생활수준을 급진적으로 신장시켰다. 혁명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는 상황―특히 선진자본주의 국가로―속에서 중국은 생산력 발전을 위해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일부 들여오고 선진자본을 유치하는 정책을 구사했다. 오르내림이 있었으나 수십 년 동안 유지해 온 시장개방정책은 1949년 혁명 체제를 심각하게 갉아먹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외부 제국주의의 지원과 더불어 중국 내에 친자본주의 세력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자라났다. 지금 중국 모순의 두 축 즉, ‘자본주의 전면화’ 대 ‘사회주의 전면화’ 세력의 대립은 한쪽이 다른 한쪽에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격화되었다. 축적된 모순은 언젠가 폭발할 것이지만, ‘자본주의 전면화’냐 아니면 ‘사회주의 전면화’냐를 가름할 그 격돌은 과거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미래에 있을 것이다. 노동계급은 지금 남아 있는 사회주의적 요소 즉, 중국 사회의 80% 정도 되는 국가소유 그리고 남아 있는 사회보장을 국내외 자본주의 반혁명으로부터 방어해야 한다. 나아가 사회를 좀먹는 사적 소유부분을 전면적으로 재국유화해야 한다. 국가소유체제에 기생해 온 특권층인 중국 관료집단은 기형적 노동자국가 중국을 방어하지 못하고, 장차 두 진영으로 양분되며 쪼개질 것이다. 노동계급은 관료집단을 타도하고 진정한 노동자민주주의에 기초한 소비에트 정치체제를 도입해야 한다.’(이 문제와 관련하여 ‘맑시즘2012’ 참관기 3:‘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귀환—동아시아는 어디로?’를 참고할 것)

 

맺으며

지난 글에서 우리는 제국주의에 대한 <뿌리>의 인식이 얼마나 조야하고 맑스-레닌주의에 반하는 것인지를 살폈고, 이번에는 <뿌리>가 그러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 끌어다 쓰는 논거와 추론이 얼마나 사실관계조차 왜곡하는 경솔한 것인지를 확인했다.그리고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제국주의 문제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고 중국의 사회성격은 무엇이고 노동계급의 임무는 무엇인지를 논했다.

우리가 이 예민한 주제를 많은 시간을 들여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뿌리>만 특히 문제적이기 때문이 아니다. 제국주의와 중국의 성격에 대해 비과학적이고 노동계급의 이해와 상반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단지 <뿌리>만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는 <뿌리>와 <뿌리>를 신뢰하는 노동활동가들이 노동계급에 헌신하는 성실한 투사라는 것을 안다. 어려운 조건에서도 현장투쟁에 꿋꿋이 임하는 모습은 존경받을 만하다. 그러나 그 성실성 그리고 선한 의도와 무관하게, 비과학적 인식은 특정한 순간 솟구쳐 오르는 노동계급의 폭발적 에너지가 올바른 표적을 향해 나아가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그럴 때마다 노동계급은 수많은 목숨을 그 대가로 지불해 왔고 그것이 지난 100여 년 동안의 계급투쟁의 역사이다. 노동계급에 헌신하는 선진활동가들이 이 점을 꼭 기억해주길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