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유보금 환수운동에 대한 볼셰비키그룹의 입장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지난 7월 18일 제4차 총회에서 대중적 재벌사내유보금 환수투쟁을 결의한 이후‘재벌사내유보금 환수운동본부’를 결성하고 이 운동을 진행해왔다. 그 취지가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운동 토론회 자료집」(이하 자료집)에 정리되어 있는데, ‘710조에 달하는 3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을 환수해서 노동자들을 위해 쓰자’는 것이 그 핵심내용이다. 물론 이것이 소망대로 이루어진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혁명운동은 노동자들에게 현실에 근거해서 명확한 전망을 제시해야 하며, 자본주의에 대한 그릇된 환상을 심어줘서는 안 된다.

 

‘착한 자본주의’ 환상 부풀리기

독점자본을 몰수하지 않고 사내유보금을 ‘환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개별자본과 자본가정부가 이윤을 통째로 빼앗기는 데 동의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실질적인 사내유보금 환수는 자본의 몰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자본을 내버려둔 채 그 이윤만 사회화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이윤을 탐하지 않는 착한 자본주의’라는 실현 불가능한 환상을 불어넣는 것에 불과하다. 추진위는 이 운동이 개량주의적이라는 비판에 발끈하며 자신들은 ‘재벌 국유화’도 주장하고 있다고 항변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또 이렇게 말한다.

“자동차를 생산하는 현대차 재벌이 시가의 두 배나 되는 10조원을 사내유보금으로 지불하고 강남 노른자위 땅을 샀다.…그 땅이 없으면 현대차 기업의 생산이 축소되는가? 말이 안 된다. 화폐자본으로 사용되고 있는 사내유보금은 어떤가? 재벌들은 미래의 투자와 위기 대응을 위한 준비금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을 감안하더라도 2014년 10대 재벌의 금융자산 260조원은 턱없이 과다하기 때문에 사내유보금이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것이다.…10대 재벌 금융자산 260조원은 돈놀이를 목적으로 하는 재벌금융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제외한 것이다. 기업의 목적이 돈놀이가 아닌데도 엄청난 사내유보금이 생산과 무관하게 돈놀이에 쓰이고 있는 것이다. 돈놀이에 쓰이고 있는 사내유보금을 환수한다하여 기업의 생산이 축소될 리 없지 않은가?”―자료집, (강조는 필자)

노동계급 혁명이 아니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재벌 국유화와 독점이윤 환수를 주장하면서도, 동시에 사내유보금을 환수해도 “기업의 생산이 축소될 리 없다”며 자본주의 체제 자체는 건드리지 않으려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추진위는 이 운동이 반자본 사회화 운동의 교두보라고 주장하지만, 만들어진 이윤을 뺏어오는 것과 생산수단 자체의 몰수가 어떻게 연결된다는 것인지 설명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런 ‘급진적’ 언사가 노동자정부에 대한 요구 없이 어떻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국가권력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청원형 대중운동을 통해 ‘특별법’을 통과시켜 그것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개량주의적 소망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공문구이거나 부르주아 정부가 뭔가 사회주의적 냄새가 나는 정책을 시행할 수 있을 것처럼 환상을 조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운동 방식에 있어서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1인 시위, SNS 인증샷, 서명운동 등의 방식은 파편화된 ‘시민’의 선처호소일 뿐 노동자들의 집단적 힘을 고무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그런 선처를 호소하는 청원에 감읍하여 이윤에 대한 탐욕을 스스로 자제하는 자본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추진위는 운동의 대상을 전체 자본이 아니라 모호한 표현인 ‘재벌’로 국한(그것도 재계 순위 30위로 한정된)시키고 있다.이 30대 재벌에는 은행이 들어가지 않는다. 은행은 재계 순위만으로 평가될 수 없는 특별한 중요성을 가짐에도 목록에서 빠져 있다. 그리고 한국을 지배하고 있는 제국주의 금융자본에 대한 언급도 없다. 이런 점에서 추진위가 대상으로 하는 ‘30대 재벌’론은 최상위 포식자들에게 빠져나갈 길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을 당선시킨 핵심세력인 추진위는 민주노총의 정책기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민주노총은 11월 14일 민중총궐기의 요구 중 하나로도 사내유보금 환수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에 반영된 사내유보금 환수 요구는 좀 더 노골적으로 ‘착한 자본주의’에 대한 환상을 유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최근 정책보고서 「재벌책임, 청년·좋은 일자리, 노동자·서민 살리기 6대 요구」에서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를 주장하며 추진위의 주장을 더욱 완화된 형태로 제시했다. 자산운용소득에 대하여는 법인세 외에 20% 추가 과세를 하자는 등의 안을 내고 있는데,` 이를 통해 “생산적 투자와 고용촉진 등 국민경제 선순환 구조 형성”을 이룰 것이라고 주장한다. ‘생산적 투자’, 바로 이를 통해 자본가들은 노동자를 착취한다. 게다가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등과의 토론회(‘재벌에게 사회적 책임을 묻는다’, 2015. 10. 12)에서 ‘동반성장’을 주장했다.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의 이해는 적대적이라는 계급적 관점과는 거리가 멀다. 자본가들을 ‘동반자’로 여기면서 어떻게 자본가에 대항하여 생사를 건 투쟁을 벌일 수 있겠는가? 계급투쟁의 정신으로 무장하지 않는다면 ‘총파업’ 운운하는 전투적 언사는 미사여구에 지나지 않는다.

 

4대 공약에 담긴 개량주의적 환상

추진위는 환수한 사내유보금을 어디에 쓸 것인지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 최저임금 1만원 실현 : 120조원

300인 이상기업 간접고용노동자87만명 정규직화 : 10조 4400억원

45만 청년실업 해소 : 16조원

-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기반확충 : 9조 5000억원

추진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최저임금 1만원’인 듯하다. 이를 위해 120조원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은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그 방식이 이상하다.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기업에 임금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2016년부터 시작하는 최저임금 1만원을 구조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 2016년부터 5년간의 계획이 필요하다. 국가는 4년 동안 매년 사내유보금 환수로 마련된 최저임금기금에서 보조금을 지급한다. 동시에 2016년 최저임금 인상 8%를 기준으로 매년 기업주들이 부담케 하여 기업이 최저임금 1만원 체제에 적응해 나가도록 한다. 이와 같이 할 경우 다음과 같이 5년 내에 최저임금 1만원을 구조적으로 완성된다.”―자료집, [강조는 필자]

사내유보금 환수액을 임금보조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라면 추진위가 아무리 부정한다한들(변혁정치 8호, 「반론에 답한다」) ‘기본소득론’과 별반 차이가 없다. 기본소득론과의 근본적 유사성은 이런 것이다.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 공공서비스의 제공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실질적 생활수준의 향상을 가져다 줄 정책보다는 ‘용돈’을 쥐어 줌으로써 시장에서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하자. 이를 통해 ’내수활성화‘를 이루면 자본가들에게 더 많은 이윤을 갖다 바칠 수 있으므로 누이 좋고 매부 좋다. 시장은 신성불가침이 아닌가.’

그런데 이 계획은 주관적 소망에 기초한 주먹구구여서 여러 가지 의문을 해소하지 못한다. 먼저,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승하면 자본가들은 물가를 올려 대응한다. 이런 방식으로 임금인상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자본의 오랜 기본기이다. 둘째, 지금 축적된 이윤분을 환수하여 그것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는 것이라면 5년 이후 또는 축적된 이윤이 없는 시기에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때부터는 다시 이윤의 축적을 위해 노동계급이 양보하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가? 셋째, 위의 인용문에서 말한 ‘기업이 최저임금 1만원 체제에 적응’하게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자본의 본성을 거슬러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을 덜 착취하게 길들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추진위의 헛된 소망과 달리 자본가들은 길들여지지 않을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든 노동자들을 더욱 착취하는 길을 찾을 것이다. 결국 그런 환상으로 길들여지는 것은 오직 추진위와 추진위를 따르는 노동자들 자신일 뿐이다.

노동계급의 정직한 정치가라면 임금인상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감춰서는 안 된다. 쇠퇴하는 자본주의는 장기적으로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없다. 바로 이 점을 인식해야 일상적 요구를 위한 투쟁은 혁명의 필요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추진위처럼 노예적인 개량주의로 ‘임금과 고용’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농어민 자영업자 빈민 등 피억압인민 전체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정책 다시 말해, 자본의 논리를 벗어나 보편적으로 제공되는 사회보장(무상의료, 무상교육 등)의 확대를 제기해야 한다.

 

‘비정규직 87만의 정규직화’ ‘45만 청년실업을 해결’하겠다는 공약도 마찬가지다.

“간접고용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1인당 연간 1200만원의 추가임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추가임금을 30대재벌 사내유보금 환수액에서 정규직화 임금보조금으로 지출하면 된다. 연간 10조 4,400억이 소요된다. 재벌사내유보금의 1.5%로 대기업 87만 간접고용 노동자를 정규직화할 수 있다.”

“총 45만 명의 일자리가 확보될 수 있도록 기업규모에 따라 의무고용할당제를 실시한다. 30대재벌 기업은 시행 1년차에 한 해 재벌사내유보금 환수액에서 임금보조금을 지불한다. 중소기업에 대해 기업규모를 기준으로 하후상박의 원칙을 적용하여 임금보조금을 지출한다.”―자료집

역시나 기업에 임금보조금을 지급해 대기업’ 고용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청년고용을 늘리겠다는 몽상이다. 자본주의 착취 동학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다. 자본주의는 이윤이 지상과제인 체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윤환경의 변화에 따라 증감이 있을 뿐, 그 이윤 극대화를 위해 비정규직과 실업을 상시적으로 온존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 자본의 본성이다. 보조금 지급으로 자본의 본성을 바꿀 수 없다. 추진위는 ‘노동착취를 통해 축적한 이윤을 환수하여 그것으로 이윤생산을 위한 노동에 투여하겠다.’라고 말한다. 아랫돌 빼어 윗돌 괴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달리 맑스주의자로서 우리는,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주요 산업의 국유화와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의 단축 등을 통해 비정규직과 실업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우리는 동일한 노동을 수행하면서 받는 모든 차별의 철폐를 주장한다. 동일노동을 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노동자와 여성노동자, 국내 노동자와 이주노동자 사이의 임금 등 모든 차별은 철폐되어야 한다. 그리고 노동은 이윤의 요구가 아니라 인간의 필요에 의해 조직되어야 한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필요노동의 양은 현격히 줄었지만, 이윤을 지상가치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로 인해 한쪽에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다른 한쪽에선 실업에 고통당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한 노동생산성의 증가는 자본의 이윤을 위해서가 아니라, 노동인민을 위해 쓰여야 한다. 인류는 이미 지금보다 훨씬 적은 노동시간으로 생활에 필요한 충분한 재화를 생산해낼 수 있으며, 노동시간의 축소를 통해 완전고용을 이룰 수 있다.

마지막으로 추진위는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9조 5000억 원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수치만으로도 추진위의 심각한 경제주의적 편향을 볼 수 있다. 최저임금 1만원을 위해서는 120조원을 쓰겠다면서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서는 겨우 9조 5000억원을 쓰겠다는 것은 임금과 고용 문제를 우선하는 것이 ‘노동계급적’이라고 생각하는 노동자주의의 발로이다.

이처럼, 추진위가 밝힌 사내유보금환수와 그 4가지 사용방안은 고양이로 하여금 스스로의 목에 방울을 달아달라는 식이거나, 아랫돌을 빼어서 윗돌을 괴는 방식으로 담을 쌓겠다는 덧없는 환상에 기초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4개 공약이 포괄하는 수혜대상이 각기 다르고, 상당히 협소하며, 아예 해당사항이 없는 계층이 훨씬 더 많다. 그래서 이 4개 공약을 진지하게 따르다보면, 노동계급 전체 그리고 농민 빈민 자영업자 등 도탄에 빠진 피억압인민 전체를 단결시키기보다는 각각을 이해에 따라 분열시키고, 나머지는 구경꾼으로 만들거나, ‘노동운동’을 냉소하게 만든다. 이 문제를 따지기 위해 인구구성을 살펴보자. 전체 인구 중 임금노동자는 1879만 명(2015), 그 중 비정규직 노동자 850만(자료집), 자영업자는 565만(2015), 농민은 306만(2010), 가족을 포함한 수산인은 67만(2012) 가량이다.

먼저, 자료집에 따르면 ‘최저임금 1만원’의 수혜자는 최저임금을 받는 230만 명이다. 나머지 인구는 이 혜택과 무관하다. 그 다음으로 추진위가 계획하는 정규직화 대상자는 ‘300인 이상 기업 간접고용 비정규노동자 87만 명’이다. 그렇다면 비정규직노동자라고 해도 그 중 10% 가량만 혜택을 받게 되며 대기업이 아닌 비정규직노동자와 그 외의 사람들은 그저 구경만 해야 한다.세 번째가 ‘청년 실업의 해결’인데, 자료집이 밝히는 대상은 ‘45만’이고 나머지는 혜택이 없거나 가족이나 친지일 경우 간접적 혜택만 입을 것이다.

둘째, 이 세 공약의 수혜 대상자는 거의 겹치지 않음에도, 그 총수를 다 더해봤자 362만 명(230만+87만+45만)에 불과하다.즉, 노동인민 전체 2817만 명(1879+565+306+67)의 약 13%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나머지 87%의 인민은 직접적 혜택을 어떤 것도 받지 못하며, 자영업자와 농민과 어민 빈민 등은 아예 언급되지도 않는다.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기반 확충’은 그나마 그 수혜 대상자가 전체 인민을 거의 포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위에서 밝혔다시피 4가지에 들일 156조 원의 1/15에 못 미치는 9조 5천억만 배당되었다.

결국 사내유보금 환수운동은 노동인민 전체를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결집시키기보다는 ‘노동운동’을 냉소하고 각자의 이해에 따라 찢어놓는 운동이 되고 만다. 이렇게 옹졸한 발상을 담은 사내유보금 환수운동을 마치 참신한 돌파구인 것처럼 추진위가 내세우는 것은 추진위가 그때그때의 아픔만 추종하는 노동자주의의 포로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런 방식으로 추진위는 개량주의적 환상을 노동계급 내에 불어넣는 체인이 되고 있고, 노동계급 상당수와 피억압인민 다수를 자본가진영으로 밀어넣고 있다. 노동계급은 언제까지 임금노예일 수 없다. 형형한 눈빛으로 새 사회를 총체적으로 설계하는 미래의 지배계급이다. 그런 방식으로 노동계급은 자기 스스로와 피억압인민 모두의 살 길을 개척할 것이다.

 

노정협의 적절한 비판, 그러나 빗나간 대안

지난 9월 노동자정치협회(이하 노정협)가 발표한 「작금의 사내 유보금 환수 운동에 대해」는 이 운동의 공상성과 개량주의적 성격을 잘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제대로 된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을 파쇼 정권으로 규정하여 정세에 맞게 제시되어야 할 정권퇴진 운동을 무분별하게 주장하고 있다. 노정협이 현 정권을 파쇼정권으로 규정하는 이유는 계급연합 정책의 근거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노정협은 이미 노동계급이 ‘중심’이 되지 않는 야권연대에 반대할 뿐 야권연대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힌 바 있고(「임박한 4.11 총선과 노동자의 전략 전술」, 2012. 4), 이번에도 “당면한 목표가 <반파쇼 민주주의 투쟁>이라는 것은 반자본주의, 사회주의가 당면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박근혜 파쇼 정권을 분쇄할 전략, 전술을 수립하자!」, 2015. 10)라며 계급적이고 근본적인 요구를 내세우지 말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내년 총선과 그 다음의 대선에 ‘야권연대’라는 이름의 계급협조주의가 또 다시 횡행할 것이므로, 우리는 이에 특히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정권을 파시스트 정권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과장된 것이거니와, 파쇼정권이건 아니건 계급협조주의 인민전선 정책은 노동운동의 역사에서 언제나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필요한 것은 과장된 현실인식과 그에 기초한 계급협조주의가 아니다. 문제의 궁극적 원인에서 도출된 제대로 된 대안을 중심으로 노동인민의 단결된 투쟁대오를 건설하는 것이다. 그렇게 확고한 계급 전망을 제시할 때에만 농어민과 자영업자 빈민 등 도탄에 빠진 여타의 피억압인민에게도 희망을 보여줄 수 있다.

 

궁극적 원인에서 도출된 근본적 요구와 목표를 제기해야 한다

추진위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근본적 침해를 한사코 피하도록 노동계급을 길들이려 하고, 노정협은 전형적인 2단계 혁명론에 따라 지금은 민주주의 투쟁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주장하며, 사회주의적 요구를 훗날의 일로 미루어 버린다. 실업, 생존을 위협하는 저임금, 민주적 권리의 침탈과 파시즘 등장의 위험 등은 문제의 원인이 아니다.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가 게워낸 토사물일 뿐이다. 궁극의 원인은 외면한 채 그 결과만을 완화시키려는 운동은 인민의 고통을 결국 개선하지 못한다. 그런 운동은 일시적으로 달콤한 환상을 안겨주거나, 당장 눈에 띄는 타격대상을 제시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와 다르기 때문에 결국 노동인민의 투쟁력을 덧없이 소진시키고 진짜 악마를 안도하게 만들 뿐이다.

자본주의의 위기가 깊어감에 따라 자본은 곳곳에서 더욱 야만적으로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있다. 실업은 줄지 않고 기존의 고용은 안정적이지 않으며, 저임금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그마저도 깎이고 있다. 자영업자는 파산의 공포에 늘 시달리고, 파산은 개인과 가족의 삶을 막장까지 몰고 간다. 이런 높은 수준의 착취와 억압을 유지하기 위하여 자본가 정부는 민주적 권리를 더욱 침해하고 약간의 저항도 견디지 못해 더욱 폭압적 조치들을 남발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오직 사회주의 혁명뿐이다. 다른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에게 사회주의 혁명의 필요성을 인식시켜야 하고, 이는 한시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를 위해, 맑스주의자인 우리는 노동인민의 현재적 고통에 기초하고 노동자국가의 미래상을 담은 다음 요구들을 제출한다.

 사회화를 통해 무상으로 제공되는 ‘교육 의료 보육 노인부양’을 실현하자!

 저렴한 임대주택을 보장하자!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실업을 해소하자!

 국가의 취업교육과 실업수당의 현실화를 쟁취하자!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을 쟁취하자!

 기존 국유기업의 사유화를 저지하고, 은행과 주요 기간산업을 국유화하자!

 통합진보당 등에 대한 탄압을 반대한다. 조직 결사 사상 표현의 자유를 노동인민의 단결투쟁으로 방어하자!

 교과서 국정화와 검열에 반대한다. 노동계급의 시각으로 역사를 해석하자!

 부르주아 사상과 단절한 진짜배기 노동자정당을 건설하자!

 부정부패와 착취, 차별, 분단, 전쟁, 종속 등 모든 사회악을 일소할 노동자정부를 건설하자!

 

11월 13일